좋아하는 시2017. 10. 20. 09:28



프란체스코 수도사들의 4중 축복 기도문



하나님께서 네게 쉬운 대답과 반쪽 진리, 피상적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불편함으로 복 주시기를, 

그래서 네가 과감하게 진리를 찾고 네 마음 속 깊이 사랑을 추구할 수 있기를.


하나님께서 네게 불의와 억압, 사람을 착취하는 것에 대한 거룩한 분노로 복 주시기를, 

그래서 네가 모든 사람 가운데 정의와 자유, 평화를 위해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기를.


하나님께서 네게 고통, 거절, 굶주림으로 인해, 혹은 소중한 모든 것을 잃고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흘릴 눈물로 복 주시기를, 

그래서 네가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고통을 기쁨으로 바꿔주기 위해 손을 내밀 수 있기를.


하나님께서 네게 정말로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음으로 복 주시기를, 

그래서 네가 하나님의 은혜로 다른 이들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을 해낼 수 있기를.


우리의 창조주시며 지극히 높은 왕 하나님 아버지의 강복하심과 

성육신한 말씀으로 오셔서 우리의 형제이며 구원자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강복하심과 

우리의 옹호자이시며 인도자가 되신 성령 하나님의 강복하심이 

너와 함께 계시고 이제와 영원히 너와 함께 계시기를.


아멘



May God bless you with a restless discomfort 

about easy answers, half-truths and superficial relationships, 

so that you may seek truth boldly and love deep within your heart.


May God bless you with holy anger 

at injustice, oppression, and exploitation of people, 

so that you may tirelessly work for justice, freedom, and peace among all people.


May God bless you with the gift of tears 

to shed with those who suffer from pain, rejection, starvation, or the loss of all that they cherish, 

so that you may reach out your hand to comfort them and transform their pain into joy.


May God bless you with enough foolishness to believe 

that you really can make a difference in this world, 

so that you are able, with God's grace, to do what others claim cannot be done.


And the blessing of God the Supreme Majesty and our Creator, 

Jesus Christ the Incarnate Word who is our brother and Saviour, 

and the Holy Spirit, our Advocate and Guide, 

be with you and remain with you, this day and forevermore. 


Amen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15. 9. 7. 14:09

 

 

 

영감님께 보내고 싶은 편지

 

 

                               이경례

 

 

서방님이라 부르기도 부끄럽던 새색시 시절

세상을 떠난 당신께

편지 한 장 고이 적어 보내고 싶었습니다


혼자 남겨진 세상살이 어찌 살아왔는지

적어 보내야지, 보내야지 하다가

여든다섯이 되었습니다


사진 속 당신은 늘 청년인데

나는 어느새 당신을 영감이라고 부릅니다


늦깎이 공부를 하니

어깨너머로 배운 글이 많이 서툽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정갈한 편지 한 장 써 보내겠습니다

 

 

 

 

 

                                                                                             <국민일보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전북 군산시 늘푸른학교에서

한글을 배운 85세 할머니께서 쓰신 시라고 합니다.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12. 8. 24. 15:58

 

 

 

사모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12. 3. 7. 16:23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김사인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11. 10. 18. 17:36







 

                         서시


                                                -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10. 1. 3. 20:43












                겨울 아침밥 먼저 먹고

                화장실에서 들으면

                아이들 숟가락 밥그릇에

                부닺기는 소리,

                먼 옛날 군왕의 행차 알리는

                맑은 편종 같고,

                말방울 여운 같고,

                어느 뒷날 상여 지나간 다음

                내 묘혈을 파는 괭이 소리 같다

                                                                               겨울 아침 아이들 숟가락

                                                                               사기 밥그릇에 부딪기는 소리,

                                                                               오줌 떨고 난 다음

                                                                               허벅지 맨살을

                                                                               스치는 오줌 방울처럼 차갑다








# 이성복 시인의 시는 확실히 독특해서
기형도 시인의 시만큼이나 딱 보면 알 듯한 것들이 많은 듯.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지 못해 시인의 얼굴을 겹친다.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10. 1. 1. 04:10









               지금 그의 어깨는 고요하지만



               그가 잠들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를 둘러싼 입자들의 미세한 파동은



               어딘지 경건한 데가 있다



               귀 기울이면 낮게 살얼음이 잡힌다



               허나 위로받고 싶지 않아서 그는 돌아눕는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이 만나는 법



               눈물밖에는 없다








# 강연호님의 시집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에 실린 시입니다.
날치기 글만으로 새해를 시작하기는 좀 그래서 시도 옮겨봅니다.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30. 12:55











     소월 형

     지용 형

     당신네들 어렴풋이 알았을 거요

     인류 맨 처음의 언어가

     아아

     였던 것



     블레이크 형

     횔덜린 형

     당신네들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거요

     인류 맨 마지막의 언어가

     아아

     이리라는 것



     지금 내 머리 위에서

     어미 아비 없는 푸른 하늘

     어미 아비 없는

     아아



     아아

     이 막무가내의 아아 들이 나에게 펄펄 내려앉고 있소

     저 하늘의 마지막 손수건인가보오






  # 사진은 좋아하는 동생 승철이가 2004년 겨울에 찍은 우리 홍익교회 설경입니다.
     가로등이 아직 켜있는 시간입니다.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29. 17:19









On the night like this

There's so many things I want to tell you


On the night like this


There's so many things I want to show you


Cause when you're around


I feel safe and warm


Cause when you're around


I can fall in love everyday


In the case like this

There are a thousand good reasons


I want you to stay






# 한 번 들으니까 MOCCA 곡을 계속 듣게 되는군요.
2집 맨 첫 곡입니다.
기타 소리, 귀뚜라미 소리.. 우리나라랑 인도네시아랑 똑같네요^^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27. 14:06





 

 


I remember
the way you glanced at me
Yes, I remember

I remember
when we caught a shooting star
Yes, I remember

I remember
all the things that we shared
and the promise we made
just you and I

I remember
all the laughter we shared
all the wishes we made
upon the roof at dawn

Do you remember ?
when we were dancing in the rain in that december

And I remember
when my father thought you were a burglar

I remember
all the things that we shared
and the promise we made
just you and I

I remember
all the laughter we shared
all the wishes we made
upon the roof at dawn

Yes, I remember
all the things that we shared
and the promise we made
just you and I

I remember
all the laughter we shared
all the wishes we made
upon the roof at dawn

I remember
the way you read your books
Yes, I remember
the way you tied your shoes
Yes, I remember
the cake you loved the most
Yes, I remember
the way you drank your coffee
I remember
the way you glanced at me
Yes, I remember
when we caught a shooting star
Yes I remember
when we were dancing in the rain in that december
and the way you smile at me
Yes, I remember




# 밝고 좋군요^^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22. 09:56




세월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다.

세월은

大地가 주시는 것이다.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갈 세월이여

얼마나 永遠하며

얼마나 언제까지냐?



아침이 밤되는 사이에

우리는 생활하고

한달이 한해되는 사이에

슬픔도 있고 기쁨도 있으니




# 1990년대 초반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천상병 시인께서는 1993년 4월 28일에 돌아가셨죠.
목순옥 여사께서 살림을 정리하다가 책갈피 속에서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2009년 12월 22일자 경향신문에 기사가 실렸군요.

90년대 후반, 지금의 아내인 그 때의 여자친구와 인사동 '귀천'에 갔다가
왠지 어두운 분위기에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납니다^^;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21. 23:16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 함형수 시인이 1936년 《시인부락》 창간호에 발표했던 시입니다.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17. 15:24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곽재구 -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17. 15:12








열무 삽심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기형도 -



#  위 그림은 '엄마마중' 동화책에 있는 삽화입니다.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16. 23:24



커피를 마신 탓이려니...

늘 떠올리던 얼굴에 뜬금 없이
가슴이 설레

게으른 기지게를
부산히 올렸다 내리고

너털
웃어도 보는데

가슴 속 촉각은 총총
발치까지 술렁인다

커피...
탓이겠지

어설픈 기지개만 부산히
올렸다 내린다


           - 이준희 -


# 2002년 7월 14일에 끄적인걸로 되어 있다.
그 전날 썼을 수도 있겠군 ㅋㅋ 그렇다.. 자작이다.
수험생의 자세는 아니었던 듯 ㅜㅜ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10. 16:35


그대에게 긴 사랑의 편지를 쓴다

전라선, 지나치는 시골역마다 겨울은 은빛 꿈으로 펄럭이고
성애가 낀 차창에 볼을 부비며 나는
오늘 아침 용접공인 동생녀석이 마련해준
때묻은 만원권 지폐 한 장을 생각했다
가슴의 뜨거움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오래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건축공사장 막일을 하면서
기술학교 야간을 우등으로 졸업한
이등기사인 그놈의 자랑스런 작업복에 대해서
절망보다 강하게 그놈이 쏘아대던 카바이트 불꽃에 대해서
월말이면 그놈이 들고 오는 십만원의 월급봉투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팔년이나 몸부림친 대학을 졸업하는 마지막 겨울
그대에게 길고 긴 사랑의 편지를 쓰고 싶었다
얼굴 한번 거리에서 마주친 적도
어깨 나란히 걸음 한번 옮긴 적 없어도
나는 절망보다 먼저 화해인 그대를 알았다
길고 끈적한 우리들의 삶의 미로를 돌아
어머님이 사들고 오는 봉지쌀 속의 가난보다 오래
그대와 겨울저녁의 평화를 이야기했고
밤늦게 계속되던 어머님의 찬송가 몇 구절과
재봉틀 소리 속에 그대의 따뜻한 숨소리를 들었다

그대에게 길고 긴 사랑의 편지를 쓴다
가슴으로 기쁨으로 눈송이의 꽃으로 쓴다
지나간 겨울은 추웠고 마음으로 맞는 겨울은 따뜻했다
전라선, 밤열차는 덜컹대며 눈발 속으로 떠나고
문득 피곤한 그대 모습이 내 옆자리에 앉아 웃고 있는 것을 본다
그대의 사랑이 어느결에 내 자리에 앉아
가슴의 뜨거움으로 창 밖 어둠을 바라보게 한다
멀리 반짝이는 포구의 불빛이 보이고
그대의 불빛이 흰 수국송이로 피어나는 것을
나는 눈물로 지켜보았다
그대에게 뜨거운 편지를 쓰고 싶었다
팔년이나 몸부림친 대학을 졸업하는 마지막 겨울
외지에서 사랑으로 희망으로 식구들의 희망으로 쓰고 싶었다.

 

                                                       - 곽재구 -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10. 16:29

 

If


If you can keep your head when all about you
Are losing theirs and blaming it on you;
If you can trust yourself when all men doubt you,
But make allowance for their doubting too;
If you can wait and not be tired by waiting,
Or, being lied about, don't deal in lies,
Or, being hated, don't give way to hating,
And yet don't look too good, nor talk too wise;

If you can dream - and not make dreams your master;
If you can think - and not make thoughts your aim;
If you can meet with triumph and disaster
And treat those two imposters just the same;
If you can bear to hear the truth you've spoken
Twisted by knaves to make a trap for fools,
Or watch the things you gave your life to broken,
And stoop and build 'em up with wornout tools;

If you can make one heap of all your winnings
And risk it on one turn of pitch-and-toss,
And lose, and start again at your beginnings
And never breath a word about your loss;
If you can force your heart and nerve and sinew
To serve your turn long after they are gone,
And so hold on when there is nothing in you
Except the Will which says to them: "Hold on";

If you can talk with crowds and keep your virtue,
Or walk with kings - nor lose the common touch;
If neither foes nor loving friends can hurt you;
If all men count with you, but none too much;
If you can fill the unforgiving minute
With sixty seconds' worth of distance run -
Yours is the Earth and everything that's in it,
And - which is more - you'll be a Man my son!


                                              Rudyard Kipling


# 워 워.. 이럴 수 있을까? 좋아하는 시는 아니다.
시라기 보다는 교훈 어록 같은.. 미국 애들 이런 말들 좋아하는 듯..
그래도 첫 연 내용이 와 닿아 남겨본다.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10. 12:52




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

죽은 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

나 역시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은 허용했지만

때때로 죽은 자들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수북한 턱수염이 매력적인 이 두꺼운 책의 저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불행한 생을 보냈다, 위대한 작가들이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다 갔다, 그들이 선택할 삶은 이제 없다

몇 개의 도회지를 방랑하며 청춘을 탕진한 작가는

엎질러진 것이 가난뿐인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그는 분명 그 누구보다 인생의 고통을 잘 이해하게 되겠지만

종잇장만 바스락거릴 뿐, 틀림없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럴 때마다 내 손가락들은 까닭없이 성급해지는 것이다

휴일이 지나가면 그뿐, 그 누가 나를 빌려가겠는가

나는 분명 감동적인 충고를 늘어놓을 저 자를 눕혀두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저녁의 거리로 나간다

휴일의 행인들은 하나같이 곧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

그러면 종종 묻고 싶어진다, 내 무시무시한 생애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거추장스러운 마음을 망치기 위해

가엾게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흙탕물 주위를 나는 기웃거렸던가!

그러면 그대들은 말한다, 당신같은 사람은 너무 많이 읽었다고

대부분 쓸모없는 죽은 자들을 당신이 좀 덜어가달라고


                                                         - 기형도 -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8. 07:14



싯푸른 하늘이

꿈처럼

희게 갈라지고

대리석도 노랗게

빛이 났었죠

휘청 솟구치는

길을 따라

아득히 그대에게

달려 갔었죠

나란히 앉아

종일

사탕만 만지작

거렸군요

밤은 퍽 깊어

말이 없었죠

사랑했지만

기억

하나요

생일만

축하했죠

 



자작시도 좋아하는 시에 올려도 될지.. ㅋㅋ
지난 2000년 1월 7일에 지금은 아내가 된 그녀에게 적어줬드랬습니다..
대학원 도서관 대리석이 유난히 노랗게 빛나던 날이었습니다.
1000일 선물로 줬는데.. ㅎㅎㅎ
지금 보니 창피해서 눈뜨고 읽을 수가 없네요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2. 7. 16:59


 





 


"You know better than I"


이집트의 왕자2에서 요셉이 감옥에 갇혀 있는 장면에서 나온 노래.
David Cmpbell이라는 사람이 불렀다는데..

드림웍스 '이집트 왕자2'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에서 나온
가장 깊이 마음에 와 닿는 노래였던 것 같다.

오랫만에 찾아서 들어봤는데..
여전히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느낌.

온전히 포기하고 완전히 하나님을 인정하는 최고의 고백.



가사 ..

녹취자에 따라 여러 버전이 있지만..
내겐 이렇게 들린다.


I thought I did what's right. I thought I have the answers.

I thought I chose the surest road. But that road brought me here.

So I put up a fight. And told You how to help me.

Now just when I have given up, the truth is coming clear.

You know better than I. You know the way.

 I've let go the need to know why. For You know better than I.

If this has been a test I cannot see the reason.

But maybe knowing I don't know is part of getting through.

I try to do what's best. And faith has made it easy to see the best thing I can do is put my trust in You.

For You know better than I. You know the way.

I've let go need to know why. For You know better than I. 

I saw one cloud and thought it was a sky.

I saw a bird and thought that I could follow.

But it was You who taught that bird to fly.

If I let You reach me, will You teach me.

For You know better than I. You know the way.

I've let go the need to know why.

I'll take what answers You'll supply.

You know better than.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10. 5. 09:55








세월의 긴 담장을 끼고 걸었습니다

어두워지며 멀리에 가까이에

사람들이 키운 불빛 흐느끼고

그때마다 그림자의 어깨 흔들거렸습니다

낡은 구두 뒤축 쓸쓸한 끌림처럼

한 세상 아득하게 저물었습니다



사는 일이 도무지 外道만 같아

돌아갈 곳 있으려니 생각했습니다

고단함 접고 따뜻하게 몸 풀며

다 지나간 얘기야

도란거릴 수 있으려니 믿었습니다



제가 너무 만만하게 여겼나요

숨차고 지쳐 그만 주저앉고 싶은데

한사코 담장은 끝날 줄 모르고





**  법대 다니던 시절 끼고 다니던 
     강연호 님의 비단길에 실린 시입니다
     사진은 빛그림 사진여행 카페에서 퍼왔습니다.

Posted by 無逸
좋아하는 시2009. 3. 3. 20:13

제목: '별똥'이라는 시 다들 보신 적이 있으시죠?
이름: 돌쇠4
등록일: 2007-10-19 12:55

정지용 님의 시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문득.. 어릴 때부터 마음에 두었던 일들을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간다고 생각하다가..

전에 보았던 시가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가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이젠 다 자랐소

                  - 정지용
Posted by 無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