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을 개정하고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국민이 직접 나서서 자기 생각을 관철시키려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어쩌면 대의제 민주주의 사상이 밑에 감추고 있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요즘 인터넷을 통해 작은 개인의 생각이 여론이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세는 대의제 민주주의이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을 알아서 정하고 법으로 만든다.
모두 다 알아서 한다니 퍽 기특한 일이겠지만 그들이 아는 것은 어디까지이고, 알고 싶은 것은 어디까지일까?
요즘 노동계와 경영계가 골몰하고 있는 굵직한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복수노조 문제와 전임자 문제이다.
이게 왜 엮여 있어야하는가를 말하려면 또다른 설명이 필요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문제가 엮여 있으며,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누군가는 이 내용을 법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복수노조 문제와 전임자 문제는 2006년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3년 동안 시행이 미루어졌다.
어느새 2년이 흘러가고 2010년이 코 앞에 다가오자 노동부도, 노동계, 경영계 모두 다시 우왕좌왕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안에 설치된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에서
12월 11일부터 본격적으로 복수노조 문제와 전임자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노사의 대표라는 한국노총과 경영계의 대표라는 경총과 상의, 정부 관료... 이렇게 세 주체가 합의하면
국회가 법으로 만들고 시행한다고 하는데,
이들이 국민을 대표해서 "법"이 될 내용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은 누가 부여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없지만,
어두운 경제상황과 국제정세와 정치권의 웃긴 모습에 가리워서,
우리나라 노동과 노동법의 장래를 바꾸어 놓을 엄청난 법률 개정이 '슬쩍'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건 아니지 않은가.
국민들은 2006년 9월 11일의 어이 없는 "3년 유예"를
뉴스 진행자가 전해주는 말을 듣고 '그렇구나...' 했을 뿐이다.
이게 9.11 사태이지 않은가.
그 때 아무도 우리를 설득하려 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설득하거나 설명할 필요도 없는 구경꾼이었을 뿐이다.
복수노조 허용 문제와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문제가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바라봐야한다.
보려고 하면 볼거리는 어디에든 널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