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들라크루아 그림
GIORGIO AGAMBEN이 「목적 없는 수단」에서 밝히는 주권(主權)의 개념에 대한 설명은 탁월하다.
그에 따르면 주권권력의 원초적 중핵은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이라고 단언한다.
처음엔 의아할 수밖에.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국가의 추상적 최고 권리라고 배워왔는데.. 단순히 생사여탈권이라니..
하지만 토머스 홉스가 주권을 정립할 때 자연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설명한 것을 놓고
AGAMBEN이, 이것은 자연상태에서의 삶은 그 존재가 무조건적인 죽음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라고,
다시 말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무제한적 권리가 허용되는 상태라고 설명하는 대목에 이르면
AGAMBEN의 설명이 갑자기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국가에 속하여 살아가는 삶도 결국 같은 것이라고 한다.
단지 만인에 의하여 죽임을 당할 수 있는 상태에서
Leviathan, 즉 주권의 현실태인 국가권력에 의해서만 죽임을 당할 수 있는 상태로 옮겨온 것 뿐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주권자에 의해 생명 존속 여부가 결정되는 개인의 삶은 매우 예외적인 것이지만..
예외상태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더이상 예외적인 것이 아닌 것이 되었고
이와 같이 벌거벗은 우리의 삶은 단지
유권자, 여성, 노인, 피고용자 등 추상적으로 재코드화된 법적-사회적 정체성으로 포장되어 있을 뿐이라고 한다.
생사여탈권...
과거 로마법 시대에는 아버지가 자식에 대해 가졌던 권리라고 하는..
주권의 중핵이라는 이 생사여탈권 문제는
기업과 근로자의 관계에도 적용이 가능할 듯 하다.
실업률이 높은 오늘날
근로자의 대사용자 근로계약 해지는 더이상 공허하고 불가능한 개념이 되었고..
사용자, 즉 기업에 의한 해고는 그 근로자의 생계수단을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즉, 生死與奪權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