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와 기계2012. 5. 11. 13:56


 

만화 속 건담의 모습은

임진왜란 때 조선이 가졌던 거북선에 대한 일본의 선망과 컴플랙스를 반영!!

 

 


RX-78, RX-178 건담 MK2, 뉴건담, 유니콘 건담, F-91, V건담 등 우주세기 건담은 물론,

스트라이크나 더블오 같은 비우주세기 건담을 봐도..
건담에서 거북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맞아도 부서지지 않는다.


   - 건다리움 등 특별한 장갑으로 인해 적의 모빌슈트가 쏘는 무기나 주먹, 발길질에 맞아도

     건담은 끄덕도 안 하죠. 적들은 그 방어력과 장갑에 기가 질립니다.
     임진왜란 때 왜병들이 조선 남해와 서해에서 마주했던 거북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총을 쏴도, 화살을 날려도 끄덕 없으면서, 무식하게 들이받아도 부서지지 않는 병기.

 

 

2. 예상치 못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  예기치 못한 곳에 무기가 숨겨져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담 머리의 발칸에 대개의 적군 모빌슈트 조종사들이 당황하는데요,

      거북선 머리와 사방의 둘레에서 불쑥 불쑥 쏘아대는 대포와 총통에 왜적들이 당황했다고 합니다.

 

 

3. 늘 다수의 적을 상대하로 승리하여 승리의 화신이 된다.


   - 적은 늘 다수이고 이쪽은 소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북선은 적의 군선을 사이를 눈이 먼 것처럼 헤집고 다녀서 맹선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심리전을 노려서 판옥선을 거북선처럼 보이게 개조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왜적들은 그것을 보고 다수의 거북선이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 두려워했다는데요.
     적의 수많은 모빌슈트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는 건담도 마찬가지죠.

     특히 RX-121 TR-1 헤이즐의 경우를 보면 이러한 상징성을 활용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짐 크웰을 기본으로 하면서 출력만 강화해서 건담 모양을 머리를 달아

     건담 형태가 시각적으로 지온군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테스트했다는 설정이 있더군요.

 

 

4. 양산된 병기가 아니다


   - 건담은 대개 양산기가 아니라 시제기로서 한 대 아니면 서너대가 만들어져서

     결국 전장의 아이콘이 되는데...
     임진왜란 당시 판옥선이나 쾌속선 같은 대량 건조된 함선이 아니라,

     단지 서너척이 건조되어 사용되었던 거북선도 어찌보면 비슷한 느낌인 듯 합니다.
     건담도 거북선도 정식으로 군대에 의해 채택된 제식병기이면서

     양산되어 대량배치되지는 못한 병기라는 점에서 일치하는군요.

     왜란 후에 거북선들이 건조되어 각 수영에 배치됐지만 그 의미와 압도적인 상징성은

     이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5. 절대적으로 불리한 전황을 역전시키는 극적인 수단이 된다.


 

   - 모빌슈트 개발과 활용에 있어서 엄청나게 앞서 있는 지온을 상대로

      갓 태어난 RX-78의 등장은 곧 전세 역전의 신호탄이 되었죠.
     무려 세 배 빠른 그 분도 어찌할 수 없는 불사신이 됩니다.
     개전 이후 파죽지게로 승승장구 하던 왜적들 앞에 조선의 거북선의 나타난 것도

     바로 그와 같은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조총 사격이 먹히지 않는, 갈고리로 걸어 끌어당겨도 올라탈 수 없는 배.
     상징성에 있어서는 건담보다 더하면 더했죠.

 

 

6. 집권 세력의 의심과 견제를 당하고, 제대로 군수지원을 받지 못한다.


 

   - 대개의 건담 조종사들이나 건담을 탑재한 전함들이

     본국이라 할 수 있는 지구연방이나 군부로부터 터부시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정규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압류되거나 쫓기기도 하죠.
     여러가지 견해 대립이 있지만,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 통제영의 상황을 조선 정부의 전적인 신뢰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외로이 고군분투한 것으로 보고 있는 시각이 있습니다.
     결국 거북선을 건조하고 전법을 개발했던 제독이 쫒겨나고

     무능한 제독이 부임해 전황을 망쳐놓는 일도 생기죠.
     아므로든 카미유든 버나지든 결국 건담은 원래 타던 애가 타야 잘 써먹을 수 있고,
     함장이라 하려면 브라이트 노아 정도는 돼야 제대로 전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데..
     브라이트 노아의 지위와 함대 지휘권은 늘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게 됩니다.

 

 

7. 숙적이 있지만, 이겨낸다.

 

    - 건담에는 세 배 빠른 샤아 아즈나블이나 역시 세 배 빠른 풀 프론탈 같은 강한 적이 존재합니다.

      임란 때에도 충무공 앞에 번번이 도전장을 던진

      자칭 숙적인 왜적 장수인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있습니다.

      이건 솔직히 자신이 없네요^^

      샤아는 고자킥이라도 날렸지만,

      와키자카는 충무공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할만큼 일방적으로 당했으니까...

 

 

8. 전쟁이 끝나도 승리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 충무공의 전사와 함께 거북선의 영광도 끝나는 것 같습니다.
     충무공께서는 노량해전에서 전사하셨기 때문에 임진왜란 종전과 승리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셨죠.
     건담을 타는 주인공들도 대개 그렇습니다.
     멘붕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잠적하기도 하고,

     건담을 다 부숴먹은 채 쓸쓸히 사라지거나 실종이 되기도 합니다.

 

...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요?


 

 

Posted by 無逸
옛 일들2009. 12. 16. 23:42

 
[2008년 여름 명박산성의 모습입니다. 제가 찍은건 아니죠]



"今臣戰船尙有十二隻 出死力拒戰 則猶可爲也."(금/신/전선상유십이척//출/사력/거전//즉/유/가위/야)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전선이 남아있사오니, 나아가 죽기로서 막아 싸운다면 능히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 尙 : 오히려 상 / 猶 : 오히려 유 / 拒 : 막을 거

친절하게.. 옥편노릇까지^^;;;
어때요?? 한자를 읽어도 이해할 수 있겠죠??

충무공의 전기나 해전사를 읽을 때면.. 언제나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말이고..
때로는 남몰래 눈물을 닦기도 했던 대목입니다..
임진왜란 7년간 이루어진 해전 진행을 따라가지 않고.. 느닷없이 위 문장을 읽으면..
전부터.. 자주 들어왔던 상투적인 말로밖에는 안들리겠죠.

하지만.. 1597년..
그러니까.. 임란 전 약 2년,
임란 발발 후 약 5년간을 갈고 닦아오던 최강의 함대와, 생사를 같이 했던 2만여 장병들이
잠깐 사이에.. 모두 바다에 떠다니는 나무 조각과 시체들로 변했던 그해 여름의 어느날...

그 끔찍했던 순간을 잔해를 통해 확인하면서.. 어느 지휘관의 마음이 찢어지지 않았겠습니까...
오늘 신림동에 오는.. 전철에서 임진왜란 해전사를 읽었습니다..

5년의 전란.. 사방에 가득 널린 시체와 그 타는 냄새.. 피난 가서 연락도 하기 어려운 임금..
망망대해에 오직 전라좌수영과 우수영의 함대밖에는 남지 않은 고립무원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인데..
이젠.. 그나마 남은 함대도 전멸하고.. 부서진 판옥선 12척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때..


그 12척으로 남해안에 바글바글하는 왜군과 전투를 벌일 생각을 했을 때..
충무공은 얼마나 기가막혔을까요...
당시에는 왜군의 거의 전 병력이 경상남도 남부에 집결해 있을 때라서..
총 16만여명의 적과 맞서 싸울 각오를 해야 했습니다..

그 중에는 육군도 있으니 빼야한다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당시 왜군은 육군과 수군의 구별이 없었습니다. 배를 타면 수군, 땅에 서면 육군..
그런 샘이었죠.
그에 비하면.. 비록 양신역천일망정 조선은 육군과 수군이 엄격히 구별되어있었으니..
이미 전문성에서 앞서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기는 하겠습니다.

난중일기 곳곳에는 충무공이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하지만.. 12척만을 거느리고 133척과 맞서러 나아갈 때..
충무공께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오직..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손자의 말을 병사들에게 다짐 시키고 있죠...

왜.. 이 글을 쓰냐구??

그냥...

405년 전... 임진왜란이 끝나기 2년 전....
정말 기가막혀서 말도 안나오는 상황에 처해있던..
하지만.. 맞서서  그 격랑을 해쳐야만 하는 숙명을 지녔던..
그 기막힌 사내가 갑지기 떠올랐을 뿐입니다.




# 2002년 12월 23일 제 카페 서른사춘기(http://cafe.daum.net/fourspring/)에 적었던 글입니다.
오늘은 .. 옛 글들을 추억하는 날 인 듯 합니다.
Posted by 無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