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법2009. 12. 22. 23:49



1. 연혁적 원인

  사회보험법이 그 인적 적용범위, 즉 보험료 부과와 사회보험 수혜 대상자 지정에 있어서 근로자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은 연혁적인 요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보험법은 자유주의적 경제질서를 토대로 하는 산업화 과정에서 빈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화 하는 것에 대한 법적 대응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출발했다(박지순, ‘사회보험의 인적 적용범위에 관한 고찰’, 「노동법학」, 제20호, 2005, 162쪽). 산업혁명 이후의 자본주의 산업구조 하에서 자본에 강하게 종속될 수밖에 없었던 근로자 집단은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집단이었으며, 사회보험은 이들 근로자집단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등장 했다(전광석, 「한국사회보장법론」, 2007, 35쪽).

  근로자가 사회보험 정책의 중심이 된 것에는 정치적ㆍ이데올로기적 고려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예를 들어 19세기 독일에서는 근로자 계층의 생활악화에서 초래된 노동해방운동이 군주정(君主政)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위협은 Bismarck를 중심으로 한 당시의 지배세력이 유화정책의 일환으로 사회보험정책의 시행을 구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김유성, 「한국사회보장법론」, 법문사, 2002, 136쪽, 전광석, 「한국사회보장법론」, 법문사, 2007, 35쪽).

  1919년 ILO의 등장도 근로자 중심의 사회보험정책이 사회보장의 주류를 이루게 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전광석, 「한국사회보장법론」, 법문사, 2007, 36쪽). ILO는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확보하기 위하여 근로자의 권익 증진과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 확대를 위한 각종 협약을 활발하게 채택하였으며, ILO의 이러한 노력은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이 국제적으로 확대되는 데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2. 구조적 원인

  사회보장의 전제조건인 재원의 마련 방법에 있어서 가장 일반적인 수단은 갹출이다. 그러나 순수한 상호부조제도와는 달리, 고용보험ㆍ산업재해보상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재원을 모두 사회보험 수급 예정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피보험자 집단이 경제적 부담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현실적인 방안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사회보장을 위한 사회보험제도는 일찍이 그 부담의 일부를 자본, 즉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노동력의 보전ㆍ배양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사용자의 이익과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었다(김유성, 「한국사회보장법론」, 법문사, 2002, 138쪽). 

  사회보험제도를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국가의 입장에서도 사회보험제도를 근로자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행정적 집행과 보험료 징수 등 재정 관리에 있어서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전광석, 「한국사회보장법론」, 법문사, 2007, 36쪽).

3. 결론을 대신하여

  이러한 배경을 보면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원적 구조에서 배제된 계층에 대한 사회보험 확대에는 매우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요보호자 관점에서 보면 근로자뿐만 아니라 농․어민,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도 사회보험의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Posted by 無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