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밥 먼저 먹고
화장실에서 들으면
아이들 숟가락 밥그릇에
부닺기는 소리,
먼 옛날 군왕의 행차 알리는
맑은 편종 같고,
말방울 여운 같고,
어느 뒷날 상여 지나간 다음
내 묘혈을 파는 괭이 소리 같다
겨울 아침 아이들 숟가락
사기 밥그릇에 부딪기는 소리,
오줌 떨고 난 다음
허벅지 맨살을
스치는 오줌 방울처럼 차갑다
# 이성복 시인의 시는 확실히 독특해서
기형도 시인의 시만큼이나 딱 보면 알 듯한 것들이 많은 듯.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지 못해 시인의 얼굴을 겹친다.
Posted by 無逸